글 최건 학생기자 choiriley2004@kaist.ac.kr 진재원 학생기자 jinjaewon02@kaist.ac.kr
최승훈 동문은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뒤, SBS 정치부에서 기자로 활동 중이다. 과학기술을 배우던 젊은 공학도가 어떻게 대한민국 정치 최전선에서 펜을 들게 되었을까. 공학도의 이성과 기자의 직감을 갖춘 그를 만나, 그의 이색적인 커리어와 기자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학창 시절 KAIST에 진학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에 흥미가 많았고, 수학 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분야를 진로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 지원서도 전부 수학과로 썼고, KAIST 진학한 후에도 수리과학과를 선택했다. Q. 그런데 수리과학과에서 산업및시스템공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이유가 무엇인가? 2학년 때부터 해석학 같은 전공 수업을 본격적으로 들었는데, 대부분의 과목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진로를 고민한 끝에 산업및시스템공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여길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산업및시스템공학과의 전공과목 일부를 수강한 상태였기에 이 과를 선택하면 빠르게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산업및시스템공학과는 진로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진로를 고민하던 내 상황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느껴졌다. Q. 언론인으로 진로를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산업및시스템공학과로 전과한 후에도 오랜 시간 방황했다. 가장 좋아하던 수학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자존심도 상했고, 좋아하던 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못하게 되자 혼란스럽기도 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영화 ‘레미제라블’ 패러디 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이때 영상 매체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KAIST 교지 편집위원회에서 교지를 만든 경험도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영상과 편집,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KAIST 재학 중에는 친구들과 함께 교내 소식을 전하는 사설 뉴스 채널을 개설했고, 채널을 운영하며 ‘이 일을 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고 확신했다. 졸업 후에는 군 복무를 하며 언론사 입사 준비를 시작했고, 전역 후 1년 더 준비한 끝에 JTBC에 입사했다. 그때부터 기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Q. KAIST에서의 경험이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된 적 있는가? 언론사 지원자 대다수가 문과 출신이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 심지어 KAIST 졸업생이란 사실 덕분에 쉽게 주목받았다. 물론 주목을 받는 것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하지만 이공계 관련 이슈를 취재할 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편이다. 덕분에 코로나19 초기 대응 보도와 누리호 발사 취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본인이 담당하는 분야의 ‘단독기사’를 검색하며, 최신 정보를 놓치지 않았는지 점검한다. 혹시 ‘단독기사를 놓쳤을까?’ 하는 불안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파이썬을 활용해 단독기사가 포털에 등록되면 자동으로 알림이 오게 했다. 이렇게 학교에서 배운 기술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기자 생활에 도움을 주곤 한다. Q. 앞으로 기자로서의 계획이 궁금하다. 정치부에서 아직 낮은 연차라, 현장 취재가 핵심 업무다. 직접 보고 듣는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 보통 연차가 쌓이면 더 많은 이슈를 담당하게 되어 현장과는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나는 연차가 쌓여도 현장에서 뛰는 기자로 남고 싶다. Q.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것이 있는가?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후회도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실수와 실패 속에서 배우는 게 있고, 그런 과정을 겪어야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KAIST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에 비해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많이 시도해봤으면 한다. 실패도 결국 더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니까. Q.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KAISTian과 고등학생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한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지런히 고민해 보길 바란다. 요즘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쁜 탓에 고민할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민은 빠르면 빠를수록, 그리고 깊으면 깊을수록 더 값진 결실로 돌아온다. 나는 그런 고민을 조금 늦게 시작했다. 가끔은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겼더라면, 조금 더 의미있는 대학 생활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시행착오는 줄이고 더 빠르게 의미 있는 결실을 얻길 바란다.



기자로서 현장에서 취재 중인 최승훈 동문의 모습. ⓒ최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