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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이 그린 세상, 어디까지 왔을까?

이종원 학생기자 jongwon6209@kaist.ac.kr 이민아 학생기자 minah059@kaist.ac.kr 허태호 학생기자 taeho20@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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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기억도, 몸도 완벽히 복제된 내가 또 있다면, ‘나’는 무엇일까? 올해 초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SF 영화 <미키 17>은 인간 복제 기술로 또 다른 ‘나’가 만들어지는 미래를 그렸다. 이 작품은 SF적 상상을 통해 우리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복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묻는다. 복제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왔고, 이런 기술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어떤 문제와 마주하게 될까? 미키의 세계는 얼마나 멀고 또 가까운지 들여다보자.

17번째 복제 인간, 미키 17

<미키 17>의 주인공인 미키 반스는 지구에서는 금지된 인간 복제 기술로 태어난 ‘익스펜더블’이다.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다가 죽으면, 이전의 기억을 전부 유지한 채 새로운 육체로 복제되는 소모품 같은 존재다. 미키 17은 그렇게 태어난 17번째 복제 인간이다. 영화 속 복제 장면은 짧지만 인상적이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처럼 생긴 원통형 기계에서 사람이 ‘출력’되는데, 이때 저장돼 있던 생체 정보와 기억이 새 육체에 그대로 복제된다. 심지어 이전 얼굴에 있던 여드름 자국까지 그대로 복제될 정도로 정밀하다. 그렇다면 ‘미키’를 만드는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사람 전체를 프린터처럼 출력하는 것은 영화 속 상상이지만, 그 토대가 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바로 생명체 복제 기술과 바이오프린팅 기술이다.

생명체 복제 기술의 현황

대표적인 생명체 복제 기술로는 ‘체세포 핵 이식’이 있다. 1996년 복제 양 ‘돌리’가 이 기술로 태어났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복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체세포 핵을 주입한다. 이때 난자의 세포질 안에 있는 물질들이 체세포 핵의 유전정보를 초기화한다. 이로 인해 원래 체세포가 갖고 있던 역할은 사라지고,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후 세포분열을 통해 배아로 만든 뒤, 이를 대리모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게 한다. 돌리 이후 개, 돼지, 소,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복제되었고, 이를 통해 인간에게 응용 가능한 기술적 기반도 쌓였다. 이론적으로는 이 과정을 통해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인간 배아를 복제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아직 성공한 사례는 없다. 포유류에서 영장류, 인간으로 갈수록 복제 과정이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체세포 핵 이식 기술의 성공률은 매우 낮다. 돌리의 경우에도 277개의 난자 중 단 29개만 배아가 되었고, 겨우 한 마리만이 살아남아 성체가 됐다. 가까스로 복제에 성공하더라도, 복제된 개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이는 DNA 염기서열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후성유전학적 이상’ 때문인데, 복제 과정에서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배양 환경이 달라지면 이런 문제가 더 잘 생긴다. 그래서 최근 과학자들은 체세포 핵 이식 기술로 생명체 전체를 복제하기보다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부분적이지만 더 정교한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특정 유전자만 잘라내거나 삽입해서 유전적 특성을 조작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를 가진 동물을 복제하거나, 멸종위기종의 동물을 복원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체 체세포의 시간을 되돌려,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하게 만든 세포다. 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종류의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다.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배아와 비슷한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윤리적 부담이 적다.

사진 1. 영화 <미키 17>에서 미키 반스가 복제되는 장면.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1. 영화 <미키 17>에서 미키 반스가 복제되는 장면.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장기를 출력하는 시대, 바이오프린팅

하지만 줄기세포만으로는 원하는 장기나 조직을 만들기 어렵다. 복제와 배양을 넘어, 세포를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조립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이오프린팅 기술이다. 바이오프린팅은 살아 있는 세포와 생체 재료를 ’잉크‘ 삼아 3D프린터로 쌓아 올리는 기술이다. 컴퓨터 모델링을 기반으로 세포, 성장인자, 콜라겐, 젤라틴처럼 바이오잉크라 불리는 생분해성 고분자를 층층이 쌓아 정교한 생체 구조를 구현한다. 출력된 조직은 인체와 비슷한 환경에서 배양돼 성장과 분화가 가능하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최초의 바이오프린팅 장기는 놀랍게도 1999년에 등장했다. 연구팀은 콜라겐과 합성 고분자,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인공 방광을 만들고 7명의 환자에게 이식했다. 이식한 지 7년이 지난 후에도 인공 방광은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현재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통해 피부, 연골, 뼈, 심장 판막, 췌장 및 신장과 간 조직 일부 등 다양한 조직을 제작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안에 피부, 연골, 뼈처럼 비교적 단순한 조직을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예를 들어 화상 환자를 위한 인공 피부, 연골 손상 환자를 위한 맞춤형 연골 패치 등을 제작해 재생의학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오가노이드‘ 기술과 융합할 수도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해 만든 미니 장기로, 실제 장기와 비슷한 구조와 기능을 갖는다. 특정 질병을 연구하거나 새로운 약물의 효능 및 독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도가 높다. 다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의 자가 조직화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구조나 배열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없다. 이 한계를 바이오프린팅이 보완할 수 있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외부지지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고, 특정 세포를 원하는 위치에 배치하면 오가노이드가 더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오가노이드와 바이오프린팅을 융합해 뇌, 간 등의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있다.

바이오프린팅이 해결해야 할 과제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한 인공 장기를 제작해 장기 이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에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심장이나 신장, 간처럼 구조와 기능이 복잡한 장기를 출력하려면 여전히 많은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과제는 ’혈관화‘ 문제다. 대부분의 장기는 복잡한 모세혈관망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노폐물을 배출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이렇게 미세한 혈관 구조를 완벽히 구현하기 어렵다. 또 출력된 장기가 실제로 인체 내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기능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단순히 형태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기존 장기와 신경계, 호르몬계 등 다양한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복잡한 생체 반응을 수행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사진 2. 바이오프린팅은 3D 프린터와 바이오잉크를 이용해 조직이나 장기를 출력하는 기술이다. ⓒshutterstock

사진 2. 바이오프린팅은 3D 프린터와 바이오잉크를 이용해 조직이나 장기를 출력하는 기술이다. ⓒshutterstock

기술이 던지는 윤리적인 질문들

이처럼 복제 기술과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키 17>이 그린 세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마주해야 할 윤리적 문제도 더욱 복잡해진다. 영화 속 미키처럼 완전한 인간 복제가 가능해진다면, 복제된 존재는 과연 독립된 인격체일까, 아니면 원본의 소유물일까? 복제인간이 위험한 일을 전담하는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어긋나지 않을까? 미키 17과 미키 18처럼 기억도 몸도 똑같은 두 존재가 동시에 있다면, 우리는 누구를 ‘진짜’라고 봐야 할까? 또 맞춤형 장기를 제작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 기술이 부유층만의 특권이 되어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과학기술의 진보는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 사회적 형평성, 그리고 생명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인간 복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치료 목적의 제한적 연구는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치료‘와 ’복제‘ 사이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미키 17>은 SF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생명을 어떻게 정의하고,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복제 기술의 미래는 결국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진 3. 영화 <미키 17>에서는 미키 17과 미키 18, 두 복제 인간이 공존하는 상황을 그린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3. 영화 <미키 17>에서는 미키 17과 미키 18, 두 복제 인간이 공존하는 상황을 그린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인터뷰] 양한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인터뷰

영화 <미키 17>처럼 몸과 기억이 완벽히 복제된 인간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양한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를 만나, 영화가 던진 질문들을 과학과 윤리의 관점에서 짚어봤다.

사진 4. 양한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양한슬

사진 4. 양한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양한슬

Q. <미키 17>에서는 기억과 몸이 완전히 복제된 인간이 등장한다. 현재 기술로 영화 속 장면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는가? 영화에 나오는 기술은 배아 상태에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성체 상태로 세포를 짜 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성체를 바로 ’출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몸은 레고처럼 정형화된 구조가 아니다. 수많은 종류의 세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떤 세포는 다른 세포를 뚫고 지나가기도 하고, 뇌의 뉴런은 척수를 따라 발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생체 구조와 상호작용을 바이오프린팅으로 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의 복제가 더 가능성 있다고 본다. 기억은 뉴런 사이의 연결로 만들어지는데, 지금처럼 뇌과학 연구가 발전해 기억 형성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진다면 기억 복제는 가능할 수 있다. Q. 영화에서는 미키 17과 미키 18의 성격과 성향이 다르게 묘사된다. 실제로 그럴까? 성격은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의 호르몬 변화, 경험, 기억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일란성 쌍둥이도 성격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제 인간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Q. 그렇다면 복제 인간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두 인간을 별개의 개체로 인식해야 할까? 당연히 별개의 개체로 봐야 한다. 유전적으로 동일하다고 해서 같은 존재는 아니다. 우리가 일란성 쌍둥이를 서로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복제된 인간도 독립된 존재다. 사회가 이를 윤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Q. 연구나 의료 목적의 인간 복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솔직히 인간을 복제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위험한 일을 시키기 위해 인간을 복제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제 없이도 이미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장기 이식 목적이라면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 있겠지만 윤리적으로 우리 사회가 허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복제된 인간에서 장기를 꺼낸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죽음을 의미한다. 복제된 인간 또한 별개의 사람으로 봐야 하는데, 한 사람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이 죽어야 한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인간 복제는 기술적으로도 실패 확률이 높다. 성공한 개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패 사례가 발생할 것이고, 그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매우 큰 문제다. 현재로서는 인간을 복제할 명확한 이유도 없고, 이를 받아들일 사회적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Q. 현실에서 인간 복제가 어렵다면, 현재 연구실에서는 어떤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가? 우리 연구실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초기 세포 하나부터 장기로 자연스럽게 발달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사람의 발생과정처럼 줄기세포가 스스로 분화하고 조직을 이루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들어진 조직이 실제 장기처럼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실제 이식이 가능한 수준의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인공 장기를 실제로 이식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런 인공 장기 개발은 나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의 오랜 꿈이자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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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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