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주희영 학생기자 hy12369@kaist.ac.kr
진짜 관심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찍이 좋아하는 걸 찾아 푹 빠져 사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해내고, 하고 싶은 일로 미래를 계획하는 KAISTian, 수리과학부 20학번 최정담 학우를 소개한다.
최정담 학우. © 주희영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관심사가 다양해서 퍼즐 동아리, 수학 문제 연구회, 문학 동아리, 철학·인문학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특히 KAIST에는 자기 분야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함께 공부하면 나에게도 열정이 생기는 것 같다.
수리과학과는 가장 추상적인 학문이자 언어를 배우는 학과라고 생각한다. 수리과학과에서 공부한 뒤 다른 학문을 배우면, 추상적인 지식을 구체화할 수 있다. 학문의 기초와 언어도 공부할 수 있기에, 다른 과목을 배울 때 익숙한 느낌이 들어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역사를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기심 하나만으로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세상의 여러 이치를 깨닫고 성장했다. 그들처럼 마냥 궁금해하고 답을 찾아 나가며 발전하는 것이 수학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수학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의 미(美)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평, 대칭, 프랙털 등 수학이 다루는 구조가 모두 자연의 패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연을 캐면 캘수록 새로운 것을 발굴할 수 있듯이, 수학도 신비로운 발견의 연속이다. 여기서도 수학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수학의 아름다움을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클래식 음악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보니 그 아름다움을 전달하기도 어렵다. 수학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수학 수업을 들어보면서 수학과 친해져야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분명 수학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발칙한 수학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최정담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공부한 것들을 이야기로 구성해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고,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겸사겸사 공부한 내용도 정리하려고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발칙한 수학책』은 페이스북에서 운영한 ‘유사 수학 탐지기’라는 페이지에서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페이지를 보고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페이지 글은 게시물로 올리는 단편성 글이었기 때문에, 책을 집필할 때는 글 사이에 흐름을 추가해 유기적인 구조로 엮었다. 이후에도 계속 연락이 와서 지금도 책을 쓰고 있다.
KAISTian 수리과학부 최정담 학우. ©최정담
기존의 수학책들은 비슷비슷하다고 느껴서, 내가 만드는 책은 확실한 차별점이 있기를 바랐다. 어려운 문제를 직접 푸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고난도 문제를 수식 없이 푸는 과정도 담았다. 또 차별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위키피디아나 영상 등을 많이 찾아보며 열심히 조사했다. 내가 정한 목표에 대해 의욕을 잃지 않고, 항상 독자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최정담 학우가 집필한 『발칙한 수학책』 표지. ©최정담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공부를 할 것 같다. 그리고 책을 계속 쓰고 싶다. 수학뿐만 아니라 사회나 인생관, 문화적인 맥락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고픈 마음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사회학이나 윤리학 같은 인문학 분야의 공부도 해보고 싶다.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KAIST에서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위축될 수 있다. 그래도 남들 따라가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면 좋겠다. 전과가 자유롭다는 KAIST의 장점을 이용해, 관심사를 찾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 때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힘들 때 스스로 자주 되새겼던 말인데,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