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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으로 만드는 새로운 정보화 시대, KAIST 응용 스핀트로닉스 연구실

글 / 박태우 학생기자 ptw151125@kaist.ac.kr, 최혜린 학생기자 heyrinchoi@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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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정보는 인류의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자 강력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몇몇 물리학자들은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자석’에 있다고 생각하며 ‘스핀트로닉스’라는 분야를 탄생시켰다. 새로운 정보화 시대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는 KAIST 응용 스핀트로닉스 연구실을 만나보자.

‘스핀’의 발견, 그 시작은 자석이었다

대항해 시대의 나침반부터 현대에 쓰이는 소자까지, 인류는 자석을 기술 혁신에 요긴하게 사용해 왔다. 동시에 왜 자성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존재했다.

그 해답은 바로 자석을 구성하는 원자에 있다. 원자는 고정된 원자핵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자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움직이는 전하는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전자가 회전하면 일정한 방향의 자기장이 나타나며, 이러한 전자의 회전을 ‘스핀(spin)’이라고 한다. 전자의 회전 방향이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에서 똑같이 정렬되고, 무수한 전자들이 한 방향으로 만들어낸 자기장이 합쳐지면 자석이 된다.

거대자기저항효과의 발견, 그리고 ‘스핀트로닉스’의 등장

1980년대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원자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배치할 수 있게 되면서, 물리학자들은 스핀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88년 ‘거대자기저항효과’가 발견되면서 물리학계는 큰 변혁을 맞았다.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원자 한 층짜리 자석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런 자석 두 개 사이에 자성을 띠지 않는 물질을 집어넣으면 독특한 현상이 일어난다. 두 자석을 서로 같은 방향으로 두더라도,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갑작스레 방향이 뒤집히는 것이다. 이를 ‘층간교환결합 현상(interlayer exchange coupling)’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전류를 가하면 거대자기저항효과가 관찰된다. 두 자석의 방향이 서로 같은 상태일 때, 전류를 흘려보내면 물질의 저항은 매우 작게 측정된다. 반면 자석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방향이 뒤집히면 저항은 급격하게 상승한다. 즉, 자석에서의 스핀 방향과 전자의 스핀 방향이 다르면 전류가 흐르기 힘들다는 뜻이다.

1999년에는 역으로 전류가 자석의 방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스핀전달토크(spin transfer torque)’라고 부른다.

층간교환결합 현상을 나타낸 그림.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두 자석의 방향과 세기가 변화한다. ⓒ김갑진

층간교환결합 현상을 나타낸 그림.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두 자석의 방향과 세기가 변화한다. ⓒ김갑진

스핀트로닉스, 새로운 정보화 시대의 기대주

거듭된 연구로 ‘스핀’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본 과학자들은 ‘스핀트로닉스’라는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스핀트로닉스는 스핀(Spin)과 전자공학(Electronics)을 결합한 단어로, 불과 35년밖에 되지 않은 학문 분야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화 시대 이전의 인류는 종이에 정보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보를 종이에 옮기는 작업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됐으며, 종이가 물이나 열에 쉽게 상해 보관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하드디스크의 등장으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정보를 디지털 형식으로 편리하게 보관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하드디스크는 원형으로 생긴 판과 판 위의 탐침으로 이뤄진다. 원형 판이 계속 돌아가면서 탐침이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발열이 심하고 에너지 소비가 크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핀트로닉스를 활용했다. 스핀전달토크를 활용해 전류를 흘려주면, 일직선으로 배열된 자석의 방향을 일제히 움직일 수 있다. 자석의 움직임이 하드디스크의 판을 대신해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한다면, 발열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차세대 메모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경진 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스핀을 이용해 기존 방법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방식에는 주로 강자성체가 많이 쓰이지만, 연구팀은 ‘준강자성체’를 활용하면 더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준강자성체는 반강자성체와 같이 서로 이웃하는 자성 이온이 반대 방향으로 정렬되지만, 서로 자성의 크기가 달라서 물질 전체적으로는 자발적인 자성이 남아있는 물체를 말한다.

그동안 준강자성체는 측정과 제어가 어려워 많이 다뤄지지 못했으나, 강자성체보다 종류가 다양하며 정보처리에서도 큰 강점을 갖는다. 새롭게 밝혀진 주제인 만큼, 연구팀은 흥미로운 현상과 특성들을 규명하고 준강자성체를 소자에 활용할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이처럼 스핀트로닉스는 현대 정보산업의 골칫덩이를 해결해줄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인류에게는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이 필요하다. 인류사회에 혁신을 가져올 ‘스핀트로닉스’의 미래를 기대해보자.

준강자성체를 활용한 스핀 메모리. 기존의 강자성체 스핀 메모리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보인다. ⓒNature Materials

준강자성체를 활용한 스핀 메모리. 기존의 강자성체 스핀 메모리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보인다. ⓒNature Materials

[인터뷰] KAIST 응용 스핀트로닉스 연구실 이경진 교수

이경진 교수. ©박태우

이경진 교수. ©박태우

Q. 스핀트로닉스 분야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고체 내의 전자를 다루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전하 수송과 스핀 수송이 있다. 전하 수송은 흔히 떠올리는 (+), (-) 전하를 이용한다. 전하는 전하량 보존 법칙에 따라 개수가 보존되기 때문에 연구하기 쉽다. 하지만 스핀은 그런 특성이 없어서 연구하기 어렵다. 연구를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꼭 수반돼야 하는데,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연구 분야라 역사가 짧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도 많다. 스핀은 에너지 규모가 작아 필요한 전력이 적다. 또 전하는 방전 현상이 있어 가둬도 조금씩 빠져나가지만, 스핀은 비휘발성이라는 특성 덕에 정해진 방향을 잘 유지한다. 최근 이슈 중 하나인 뉴로모픽 컴퓨팅 분야에서도 스핀트로닉스는 큰 강점을 보인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한 회로를 말하는데, 기존에는 물질의 상변화나 산화물을 활용하는 등 원자 자체를 활용해왔다. 그런데 이 경우 원자가 움직여야 하므로 내구성에서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여기에 스핀을 활용하면 스핀이 뒤집히는 것만으로도 구동되기 때문에, 내구성에 막강한 경쟁력을 갖는다.

Q. 본인이 느끼는 스핀트로닉스 연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스핀트로닉스는 수많은 물리 이론이 필요한 동시에 기술적으로 다양한 쓸모가 있어, 연구자와 기술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다. 또 역사가 짧은 만큼 뻗어 나갈 가지가 많이 남아있다. 전자가 개입하는 모든 문제는 스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곧 스핀트로닉스로 이어진다. 이러한 범용성과 다채로움이 스핀트로닉스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Q. 교수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스핀트로닉스를 23년간 연구하면서 전 세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른 연구자의 흥미로운 발견에 나의 이해를 덧붙인다거나, 내 아이디어에 새로운 실험이 더해져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이들 덕에 수십 년간 내가 연구할 수 있는 길들이 마련됐기에, 일종의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이 분야에 중요한 기여를 하며 그 빚을 갚아가고 싶다.

제자들을 훌륭한 인재로 길러내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인생에서 학문적으로 크게 성장했던 순간이 두 번 있었는데, 둘 다 외국에서 다른 연구자들과 협업하던 시기였다. 선진국의 오랜 연구 노하우가 녹아있는 그들과의 교류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제자들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고 싶다.

Q. 학생들과의 교류가 많은 교수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물리학도나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문을 하려면 물리학을 해야 한다고 감히 말해본다. 연구의 핵심은 질문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교수자가 대신 질문을 해주겠지만, 연구자로 성장하려면 스스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면서도 자신만의 이해와 언어로 바꾸는 법을 훈련하며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역량을 키워가야 한다. 물리학은 다른 학문과는 다르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직접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회사 생활에서도 물리학은 좋은 무기가 된다. 회사에 들어가면 본인이 배우지 않은 내용을 다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원리를 이해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능력이 중요하다. 물리학은 이러한 과정을 기반으로 하기에, 물리를 잘 이해한 사람은 이러한 부분에서도 압도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생에는 사이클이 있다. 누구나 어떤 시기에는 뭘 도전해도 잘 되고, 어떤 시기에는 무엇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면 ‘딴짓’을 많이 했으면 한다. 대학원 갈 정도의 학점만 준비하고, 남은 시간엔 책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이성 친구도 만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바닥을 치는 시기가 찾아올 때 이를 버틸 힘이 생긴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항상 어딘가에 있기에, 행복해질 수 있는 자신만의 힘을 길러가기를 바란다.

응용 스핀트로닉스 연구실 단체사진. ⓒKAIST 응용 스핀트로닉스 연구실

응용 스핀트로닉스 연구실 단체사진. ⓒKAIST 응용 스핀트로닉스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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