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이 개발한 휴대용 분광기(좌)와 이를 이용해 과일 표면의 반사 스펙트럼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우).
정기훈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이 사과 같은 과일의 당도를 침습 없이 정확하게 예측하는 휴대용 분광기를 개발했다.
분광측정은 물질이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빛의 파장으로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기술로, 분석 물질을 보존하는 비파괴 시료 분석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분광기는 기기가 커서 휴대하기 힘든 데다 현장에서 직접 진단해야 했다.
마이크로 나노공정 기술을 이용한 소형 분광 센서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크기를 줄이는 과정에서 부품들이 간소화돼 정확도가 떨어진다.
연구팀은 수 mm 두께의 분광기 내로 들어온 가시광선이 석영 속의 회절판을 거치며 짧은 거리라도 넓게 분산할 수 있는 ‘고체잠입회절판구조’로 문제점을 해결했다. 또 회전판과 굴절률이 유사한 렌즈를 접합하고 이미지 센서에 평면 초점이 맺히도록 설계해, 모든 파장에서 균일한 분해능을 갖도록 했다.
연구팀의 마이크로분광기 모듈 크기는 8×12.5×15mm로, 기존 상용 분광기보다 1천 배 이상 작아졌다. 그럼에도 상용 분광기와 유사한 평균 5.8mm의 고해상도 성능과 76% 이상의 고감도를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분광 응용 분야인 과일의 품질 검증 실험에서도 손쉽게 분광 신호를 획득했다. 실제 과일 성숙도와 0.91 이상의 높은 상관계수를 보인 것이다.
정 교수는 “이 초박형 및 고해상도의 마이크로분광기는 현장 검사가 필요한 농수산물, 헬스케어 분야뿐만 아니라 고속 품질 분석이 필요한 제약·바이오·반도체 검사에서까지 정확하고 중요한 비침습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형 RNA와 선형 RNA의 단백질 합성 과정. 원형 RNA와 달리 선형 mRNA는 엑손 접합 복합체가 안정적으로 결합하지 못해 단백질 합성이 비효율적으로 일어난다.
김윤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차세대 백신에 활용될 수 있는 진핵세포 내 원형 RNA의 단백질 합성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은 mRNA 분자를 체내에 넣어 항체가 합성되도록 하는 ‘mRNA 백신’이다. 하지만 선형 형태의 mRNA는 세포 내에서 매우 불안정해, 항체가 충분히 생성되려면 투여하는 mRNA의 양을 늘려야 한다. 고용량 접종은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mRNA보다 매우 안정된 원형 RNA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제약회사에서 RNA 안정성을 높일 원형 RNA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원형 RNA와 단백질 합성 과정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원형 RNA가 엑손 접합 복합체(EJC)로 단백질 합성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RNA는 단백질을 합성할 때 리보솜이라는 세포소기관을 사용하는데, EJC는 이런 리보솜을 끌어오는 eIF3g 단백질과 직접 결합한다. 원형 RNA에 붙은 EJC가 리보솜을 끌어와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작용과정을 이용해 부작용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단백질을 합성할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 ⓒshutterstock
최남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넓은 온도 범위에서 리튬 금속 전지의 효율과 에너지를 유지하는 전해액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가 상용화되면서 전기차에 사용되는 이차전지의 성능 개선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1회 충전에도 긴 거리를 주행하고, 넓은 온도 범위에서 충전 및 방전을 할 수 있는 고용량, 고에너지 밀도의 이차전지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해액은 염 농도를 증가시키지 않고 배터리의 작동 온도 범위를 넓히는 ‘솔베이션 구조’를 형성했다.
넓은 온도 범위(-20~60℃)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용매 조성 기술과 전극계면 보호기술까지 더해 기존 전해액보다 배터리의 용량 손실이 적음을 의미하는 가역 효율도 향상됐다. -20℃와 고온인 45℃에서 수백 회 충전과 방전을 반복했을 때도 100%에 가까운 가역 효율을 보였으며, 60~80℃의 고온 저장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연구팀은 단순히 전해액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리튬 금속 전지용 전해액에 기준 프레임을 제시해 리튬 전지 전해액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 교수는 “고에너지 밀도 리튬 금속 전지에서의 난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전해액 설계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3차원 집적 뉴로모픽 반도체의 구조.
최양규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명현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이건재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인간의 뇌를 모방한 3차원 집적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했다.
뉴로모픽 하드웨어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20와트(W)의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인공지능 기능을 하드웨어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의 기능을 저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로모픽 하드웨어를 구현하려면 뇌에서처럼 일정 신호가 통합됐을 때, 스파이크를 발생하는 뉴런과 두 뉴런 사이를 연결해주는 시냅스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단일 박막 트랜지스터 기반 시냅스 소자를 동일 기반 뉴런 소자 위에 3차원 방식으로 수직 집적해 높은 집적도와 전력 효율을 가진 반도체를 개발했다. 소자를 손상 없이 제작하기 위한 엑시머 레이저 어닐링 기법과 소자 내부의 줄열을 이용한 자체 어닐링 기법을 적용해 내구성도 높였다. 덕분에 연구팀의 반도체는 이벤트 카메라를 기반으로 제작된 손동작 기반의 수화 패턴을 높은 성공률로 인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뉴로모픽 하드웨어의 상용화를 한 단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