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민지 학생기자 izzniim@kaist.ac.kr
대학교 수업이라 하면, 교수님이 진행하는 지루하고 딱딱한 강의부터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수업을 듣고 선입견을 깨보자. KAIST의 ‘인성/리더십Ⅲ’은 학부생이 강사가 되어 진행하는 수업이다. 사진, 악기, 재즈댄스, 힙합, 아카펠라, 해킹 등 여러 재미있는 프로그램 중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선택해 배울 수 있다. KAIST만의 특별한 수업, ‘인성/리더십Ⅲ’에 대해 알아보자.
KAISTian들은 졸업을 위해 ‘인성/리더십Ⅰ,Ⅱ,Ⅲ’ 중 두 과목을 들어야 한다. 이 중 ‘인성/리더십Ⅲ’는 가장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오직 1학년 새내기만 들을 수 있고, 두 학기 중 한 번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만 배우는 전공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주제를 고를 수 있다는 것도 폭발적인 인기의 이유다. 심지어 인성/리더십Ⅲ은 과제의 부담도 없다. 졸업 필수 요건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업인 셈이다.
대부분의 수업은 10명에서 20명 사이의 소수 정원으로 진행된다. 이번 가을 학기에는 <머글들과 함께 하는 마술 교실>, <핸드드립 커피의 세계>, <연기와 무대>, <사물놀이>, <피아노 파티>, <퍼즐 만들기>, <기초 미술 입문> 등 총 27개의 강좌가 개설됐다. 학부생들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기에, 수강생 한명 한명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인성/리더십Ⅲ 수업에 들어가면 선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1학년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강의 중 <해킹 교실>과 <신비한 칵테일의 세계> 수업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해킹 교실>은 KAIST 해킹 동아리 ‘GoN’ 부원들이 강사가 되어 이론과 실습을 통해 웹 해킹, 암호학, 포렌식 등 해킹을 가르쳐 준다. 먼저 서버 관리자의 계정 탈취하기, 암호화된 텍스트를 복구해 고객의 비밀번호 찾아내기, 파일에 숨겨진 정보 복구하기 등을 배운다. 그다음 취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격 방안을 수립해 실습한다. 수강생들은 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취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새내기과정학부 23학번 전수종 KAISTian은 “해킹을 아예 몰라서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강사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재밌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해킹 교실>에서 학생들이 해킹 기본 개념을 배우고 있다. ©김민성
KAIST 칵테일 동아리 ‘MIXER’가 담당하는 <신비한 칵테일의 세계>는 칵테일이 무엇인지 알고 맛보는 강의다. 조주 도구를 이용한 계량 연습, 조주 방법 및 재료에 관한 이해, 조주 실습 과정도 거친다. 강의 마지막에는 나만의 칵테일을 만드는 실습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칵테일을 시음하고, 지거와 쉐이커를 이용해 피나 콜라다를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신비한 칵테일의 세계>는 70도 술에 불을 붙여보는 등 여러 흥미로운 활동을 하는 덕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강의다.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새내기과정학부 23학번 임민서 KAISTian은 “칵테일바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수강했는데, 직접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을 배울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며 “칵테일 재료에 대해 배우고, 시음해 본 활동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라고 수강 소감을 밝혔다.
<신비한 칵테일의 세계>에서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본 칵테일. ©최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