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윤 학생기자 stella0826@kaist.ac.kr
대부분의 사람은 과학과 정치, 과학자와 정치인을 서로 먼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계 출신 정치인은 생각보다 많다. 16년간 독일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이 대표적이다. 그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물리학자였다. 한국에도 비슷한 인물이 있다. 바로 황정아 동문이다. 황 동문은 KAIST 물리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뼛속까지 KAISTian’인 과학자이자 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정치인이기도 하다. 물리학자가 정치의 길을 걷게 된 사연에 귀 기울여보자.
Q.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KAIST 물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올해 4월까지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겸직 교수로도 활동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인공위성과의 인연을 시작했고, KAIST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어은동산에서 야외 결혼을 했다. 지금의 ‘황정아’를 만든 모든 원천은 KAIST나 다름없는 셈이다. Q. KAIST를 다닐 때 어떤 학생이었는가? KAIST에서의 나날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워 한시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우선 전공인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했다. 물리학은 어려운 학문이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컸다. 그리고 계절학기마다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 삼성종합기술원 등에서 인턴 활동을 했고, 여러 실험실에 있으면서 다양한 실험을 해봤다. 광학, 반도체, 플라즈마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아서 어떤 분야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알아보려면 모두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활동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학생이기도 했다. 학업 외에 ‘교지 편집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틈틈이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고 교지 제작에 참여했다. 검도 동아리인 ‘검우회’에서 검도를 배워보기도 했고, 동아리연합회나 지금은 사라진 노래패 ‘푸른소리’ 동아리 선후배들과도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박사과정 마지막 연차에 대학원 지도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은 뭘 몰라도 덜 창피하지만,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는 모른다는 사실이 굉장히 창피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학생 시절에는 몰라도, 실수하더라도 용서가 되지만 사회에서는 그런 용인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생 시절에 여러 경험이 지금 나의 뼈와 살이 된 것처럼, <KAIST비전> 독자들도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Q. 정치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20여 년간 현장에서 연구만 해온 현장 연구자이자, 대한민국 우주 시대를 꿈꾸던 내가 정치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너져 가는 과학기술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 온 과학기술계를 무시하는 여러 사건과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을 더는 손 놓고 볼 수 없었다. 이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절박함을 갖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현장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과학 강국 시대를 견인할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장 과학자였던 내가 정치에 출사표를 던지자, 많은 연 구자들과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청년 연구자들이 걱정 없이 연구 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려고 한다. 또 아이들이 우주에 별을 쏘아 올리는 꿈을 마음껏 꿀 수 있는 나라, 과학자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Q. 이 글을 읽는 KAISTian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학자의 삶은 하루하루가 실패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 같이 실패하더라도, 끝없이 도전하다 보면 결국 성공하는 날이 찾아온다. 성공하고 나면 그동안의 시간은 성공을 위한 발자취가 된다. 그렇기에 KAISTian이 힘들더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존의 위기에 몰리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나 역시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황정아 동문의 과학자 시절 사진.
황정아 동문의 과학자 시절 사진.
황정아 동문의 국회의원 후보 당시 유세 사진.
황정아 동문의 국회의원 후보 당시 유세 사진.
황정아 동문의 국회의원 후보 당시 유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