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학생기자 subin0615@kaist.ac.kr
평소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면, KAIST의 ‘발상과 표현’ 수업에 주목해 보자. 이름 그대로 본인의 발상을 어떻게 표현할지 배우는 수업이다. ‘발상과 표현’은 과제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많은 학생이 앞다퉈 수강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만의 독특한 수업, ‘발상과 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KAISTian은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각 학과에서 개설한 기초 선택 과목 중 일부를 이수해야 한다. 그중 산업디자인학과에서 개설하는 ‘발상과 표현’은 해당 과목을 꼭 수강해야 하는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타 학과 학생과 새내기과정학부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타 수업과 달리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오로지 과제의 결과물만 성적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수업은 조별로 이뤄지며,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피드백한다. 해당 수업을 이수한 전기및전자공학부 23학번 예건희 KAISTian은 “교과서도 시험도 없다는 점에 무척 놀랐다. 대신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다만 ‘발상과 표현’은 과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 악명이 높은 수업이기도 하다. 수강 학생들은 제한 시간 안에 최종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압박감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결과물을 발표할 때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산업디자인학과 23학번 박지훈 KAISTian은 “제출 기한은 다가오는데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무척 힘들었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해서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즐거웠다. 최종 발표 후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는 성취감이 컸다”고 말했다.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화분 라디오로 표현했다. 독창성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박지훈
Q. 발상과 표현 수업의 주목적은? 발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해당 수업은 본인이 떠올린 발상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에 집중한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수업은 무언갈 가르치기보단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길을 알려준다. 유튜브만 봐도 훨씬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이 많다. 그래서 내가 모든 걸 직접 가르쳐 주기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소개해 주고 수강생들 스스로가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Q. 꼭 산업디자인학과 진학 예정 및 재학생만 수강해야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본인이 생각한 것을 직접 표현하고 싶은 학생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흔히 표현이라고 하면 그림처럼 시각적인 요소만 떠올리는데, 그래픽, 오브젝트, 코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수업에선 결과물의 형식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다만 산업디자인학과 수업들이 그렇듯, 기본적으로 과제량이 많으므로 그 부분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Q. 지금까지 어떤 과제를 제시해왔나? 올해가 ‘발상과 표현’을 맡은 지 3년 차다. 1년 차에는 너무 광범위한 주제를 제시하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헤맸던 것 같다. 2년 차에는 시중에 파는 라디오를 해체해 연구해 보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재조합해 보는 ‘라디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자가 원하는 가치를 드러내거나, 본인이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라디오를 만들되 마지막에 꼭 작동돼야 하는 게 과제였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영국에서 석사 과정 1년 차 때 했던 프로젝트였으나, KAISTian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줘서 재밌었던 수업이다. Q. ‘표현과 발상’이 산업디자인학과 필수 수강 과목인 이유는? 디자인은 결국 우리가 상상한 것을 표현해 결과물을 만드는 행위다. 학생들은 표현에 대한 연습이 부족하므로 다양한 표현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 대화하기 위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듯, 디자인 영역에서 어떻게 의사 전달을 하는지 배워야 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기초 수업’이므로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것 같다. Q. 수업 중 인상 깊었던 학생이 있는가? 누구 하나가 인상 깊기보단, 다른 대학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KAISTian만의 특징이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고등학교 때 디자인을 접하고 실기를 배워서 들어온 학생이 없다는 점이다. 그 대신 무엇이든 금방 배우고, 어떤 과제를 내도 어떻게든 해온다. 그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조금 헤매더라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점에 놀랐다.
최민규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