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은 학생기자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스크립트. ⓒshutterstock
자바스크립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로, 스마트폰, 스마트시계 등 다양한 기기에서 동작한다. 그 유용성을 인정받아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나, 급성장으로 인해 작동에 문제를 겪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등 언어 생태계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류석영 KAIST 전산학부 교수 연구팀은 자연어 명세(프로그래밍 언어의 함수나 기능을 설명하는 언어)를 기계화 명세로 자동으로 변환할 수 있는 자바스크립트 생태계의 정적분석기를 개발했다. 정적분석기는 주어진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분석하는 도구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웹 브라우저 엔진 및 코드 변환에서 수많은 결함을 검출했고, 자바스크립트용 정적분석기를 결함 없이 자동으로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정적분석기는 수동으로 개발되던 정적분석기보다 우수한 안정성을 제공한다. 또 자바스크립트를 작성하는 도중에도 결함을 검출할 수 있어, 개발 단계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모든 연구 결과를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개발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또한 자바스크립트 후속 언어로 성장하고 있는 웹 어셈블리 언어에도 관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류 교수는 “10년이 넘도록 뚝심 있게 자바스크립트를 연구한 학생들의 노력이 만들어 낸 획기적인 기법”이라며, “더 많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적용해, 일상생활에서 더 안전하고 올바르게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활용이 필요한 폐플라스틱. ⓒshutterstock
플라스틱은 우리 삶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폐플라스틱을 분해한 뒤 재융합하는 ‘해중합 기술’이 중요하다. 해중합이란 플라스틱 같은 고분자 물질을 단위 구조 분자인 단량체로 분해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해중합에는 높은 온도 조건이 필요해 효율성이 낮았다. 최근 서명은 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자기조립을 활용해 해중합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고분자 합성과정에서 자기조립이 일어날 때, 질서와 무질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중합보다 해중합이 우세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이용해 연구팀은 천정온도(중합과 해중합 속도가 균형을 이루는 온도) 186℃로 알려진 고분자를 90℃의 낮은 온도에서 해중합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온도를 올리면 고분자가 단량체로 분해되고, 온도를 내리면 다시 중합되는 지속가능한 자기조립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점도 등의 물성도 조절할 수 있다. 서 교수는 “단백질을 붙이고 떼는 중합·해중합 과정을 통해 능동적으로 세포의 모양과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처럼, 필요에 따라 물성과 형상을 바꿀 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가능한 스마트 고분자 소재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암세포의 생태계 상호작용. ⓒNature communications
암은 현대인이 해결해야 할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돌연변이 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암은 우리 몸 안에서 스스로 진화하고 퍼져나가는 특성이 있으며, 수많은 세포 생태계가 암의 발생과 진화에 연관돼 있다. 암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포 생태계가 정상 세포와 다른 점과 이들의 상호작용을 파악해야 한다. 박종은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최정균 바이오및뇌공학 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암 조직에서 모든 유전자의 발현 양상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약 1000개의 암 환자 조직 샘플 및 500여 개의 정상 조직 샘플 데이터를 모아 모든 암 종류에 대한 세포 지도가 총망라된 단일세포 지도를 구축했다. 이번 데이터베이스의 특별한 점은 여러 세포 상태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암세포의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폐암 코호트를 포함해 면역관문 억제 치료를 받은 여러 암종의 면역관문 억제 치료 반응 예측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소수의 환자에게 아주 좋은 치료반응을 보이나 일부의 경우 면역 관련 부작용을 나타내는 면역 관문 억제제의 치료 대상군 선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초파리의 나트륨 섭취는 장내 신경에 의해 조절된다. ⓒKAIST
나트륨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다. 흔히 나트륨은 미각이 감지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나트륨을 섭취하고자 하는 욕구를 ‘장’에서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성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나트륨을 감지하고 그 욕구를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초파리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나트륨이 결핍된 초파리일수록 소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미각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초파리 역시 나트륨이 부족할 경우 소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장내 신경세포에서 나트륨을 직접 감지하는 세포를 발견했으며, 이 신경세포가 소금 섭취 욕구를 조절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소금에 대한 섭취 욕구는 모든 생물이 갖고 있기에, 연구팀은 곤충뿐 아니라 척추동물에서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서 교수는 “해당 연구를 통해서 소금에 대한 섭취 욕구를 조절하여 고혈압을 포함한 여러 질병에 생리학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