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손예율 학생기자 syy0201@kaist.ac.kr
‘동물 신경해부학 및 신경 생리학 실험’은 뇌인지과학과의 전공 수업이다. 학부 과정에서 뇌과학 분야로 실험할 수 있는 과목이 한정적인데, 이 수업은 저학년도 신청할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또 단순히 실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과학을 활용해 뇌 기능을 탐구하고 분석하는 첨단 과학 융합 수업이란 점도 특별하다. KAIST 뇌인지과학과의 인기 수업을 들여다보자.
수업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수업에선 ‘비교 신경 해부학’과 ‘신경 생리학’을 한 학기 동안 배운다. 우선 비교 신경 해부학은 동물들의 서로 다른 뇌와 신경계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다. 이 수업에서는 실제 동물의 신경을 해부하진 않지만,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부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실험 결과는 AI를 통해 정리된다. 학생들은 시뮬레이션으로 해부를 경험하고, 실제 데이터와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의 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예측해 볼 수 있다.
신경 생리학은 뇌와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다. 신경 해부학이 신경계의 구조에 중점을 둔다면, 신경 생리학은 그 기능에 집중한다. 신경 생리학의 핵심 개념은 ‘뉴런’이다. 뉴런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신경망을 통해 연결되며,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이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해당 수업에선 학생들이 자신의 뇌 활동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실습을 함께 진행해, 신경 생리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수업에서 눈여겨볼 커리큘럼 중 하나는 ‘치매 치료 관련 데모 수업’이다. 뇌 질환 환자는 혼자 있을 때 일반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므로, 다양한 상황에서 관찰해야 한다. 치매 치료 관련 데모 수업에선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기기를 활용해 학생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생각을 할 때 뇌의 활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현재 개발 중인 뇌 질환 치료법, 그리고 이러한 치료법이 직면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즉 이론 수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습으로 배운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적용해 보는 것이다.
치매 치료 관련 데모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fMRI 기기로,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해 뇌 활동을 측정한다. 이 기기를 쓰면 뇌 활동에 따라 특정 뇌 부분의 색이 바뀐다.
최민이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Q. 지난해 동물 신경 해부학 및 신경 생리학 실험이 우수강의상을 받았다. 비결이 무엇인가? 학생 중심의 수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조건적인 오프라인 수업보다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또 실험 수업 특성상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학생 개개인에게 직접 피드백을 주고 피드백-고쳐쓰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학생들이 점차 완성도 있는 보고서를 쓸 수 있게 만들어 좋은 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Q.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배우거나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는가? 실습 수업은 배운 지식을 실제로 활용해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다만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형태든 학생들 스스로가 의미 있는 실습 시간을 만들어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Q. 이 수업을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학창시절의 나는 실습 수업이 재미없었다. 교과서에 적힌 방법을 그대로 따라해보는 고전적인 그룹 실습은 과정도 결과도 뻔해 재미가 없었다. 나처럼 고전적 그룹 실습이 재미없는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들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