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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과잉: 도파민의 빛과 그림자

글 이종원 학생기자 jongwon6209@kaist.ac.kr 박은지 학생기자 eunji4475@gmail.com 김태연 학생기자 tykim05@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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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숏폼 영상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숏폼 콘텐츠는 최근 대세가 됐다. 하지만 숏폼의 유혹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중독의 늪에 빠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는 왜 숏폼에 중독될까?

‘숏폼’의 시대

디지털 미디어 소비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주역 중 하나는 바로 ‘숏폼(short-form) 콘텐츠’다. ‘숏폼’은 ‘짧다’는 의미의 ‘숏(short)’과 ‘형식’을 뜻하는 ‘폼(form)’이 결합된 단어로, 보통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의미한다. 이 짧은 형식의 콘텐츠는 틱톡(TikTok)의 폭발적 인기를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으로 퍼져나가며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Z세대뿐만 아니라 점점 더 다양한 연령층에서 숏폼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숏폼의 인기 비결은 짧고 직관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이다. 긴 설명보다 짧고 흥미로운 정보만 골라 보여주므로 지루하지 않다. 또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무엇보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춘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숏폼, 중독을 일으키다

문제는 숏폼 콘텐츠가 우리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숏폼은 ‘중독’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이를 흔히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도파민에 중독되는 것은 아니고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하는 반복적이고 자극적인 행위에 중독되는 것이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세포 사이에는 시냅스라는 작은 틈이 있는데, 도파민은 이 틈을 통해 이동한 뒤 다른 신경세포의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해 신호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도파민은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해 동기부여, 보상, 감정 조절, 학습, 운동 제어 등에 관여한다. 이 중에서도 도파민은 특히 보상 회로를 활성화해 우리가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준다. 도파민을 ‘행복 호르몬’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전전두엽을 비롯해 뇌에서 쾌감을 일으키는 영역들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이 경험은 행복한 기억으로 저장된다. 뇌는 이 행동을 학습한 뒤 다음에도 같은 보상을 얻기 위해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이처럼 보상회로는 긍정적인 경험을 강화하고 학습을 통해 행동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숏폼처럼 짧은 시간 안에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영상을 보다 보면 이 회로에 변화가 일어난다. 숏품이 주는 강렬한 자극은 뇌가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하도록 하고, 이로 인해 강력한 쾌감을 얻은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다. 이러한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가 바로 ‘도파밍(Dopaming)’이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농사를 뜻하는 ‘파밍(farming)’을 합친 말로, 사람들이 더 큰 자극을 제공하는 콘텐츠나 경험을 찾아 나서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아무런 알림이 오지 않았는데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자극적인 콘텐츠를 좇게 되고, 결국 숏폼 시청에 의존하는 숏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료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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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의 함정,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

숏폼에 중독된 뇌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된다. 팝콘 브레인은 데이비드 레비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만든 용어로, 옥수수가 ‘타닥’ 하고 터지며 팝콘이 되는 것처럼, 뇌가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자극에 익숙해지면 일상적인 자극으로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강렬한 도파민에 노출되면 뇌가 그 강도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악순환에 빠지며, 점점 더 하나의 자극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고, 인내심이 줄어든다. 실제로 숏폼이 대중화된 이후로, 영상을 2배속으로 보거나, 긴 글을 읽지 못하고 짧은 정보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적 행동이 늘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아직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숏폼과 같은 강렬한 자극에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숏폼은 정보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주므로, 집중력과 이해력은 물론이고 문해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 숏폼 중독은 개인의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자극에 시간과 관심을 쏟는 만큼, 현실 속 대인관계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우울함을 느끼며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뇌에서 도파민이 관여하는 경로.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동기부여, 보상, 감정 조절, 학습, 운동 제어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shutterstock

뇌에서 도파민이 관여하는 경로.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동기부여, 보상, 감정 조절, 학습, 운동 제어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shutterstock

숏폼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숏폼과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도파민 디톡스’를 추천하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는 의도적으로 큰 자극들을 차단하는 것으로, 숏폼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게임과 같은 자극적인 활동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대신 그 시간에 산책, 명상 등을 하면서 뇌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자극에 덜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워낙 중독되기 쉽게 만들어진 콘텐츠다 보니, 숏폼을 당장 끊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금지상자’가 있다. 이 상자에 스마트폰을 넣고 시간을 설정하면, 설정된 시간 동안은 절대로 스마트폰을 꺼낼 수 없다. 이런 방법으로 스마트폰과 물리적으로 멀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숏폼도 덜 볼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숏폼 시청을 줄이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잘 관리해, 건강한 디지털 생활을 누려보자.

숏폼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 ⓒshutterstock

숏폼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 ⓒshutterstock

도파민 디톡스 후기

'터닝’ 애플리케이션은 SNS나 게임 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해 준다. ⓒ이종원

'터닝’ 애플리케이션은 SNS나 게임 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해 준다. ⓒ이종원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길러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터닝, 포레스트, 열품타 등이 있다. 그중 ‘터닝’은 SNS나 게임 등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시간을 제한해준다. 정해둔 시간을 초과해 사용한다면 자동으로 앱이 종료된다. 카이누리 기자들이 ‘터닝’을 사용해 숏폼을 멀리한 체험 후기를 남겼다. 이종원 학생기자: 숏폼을 보기 위해 자주 사용했던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과 같은 앱을 제한했다. 제한이 걸린 앱을 사용하려면 명언이나 글귀를 따라 쓰는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데, 따라 쓰는 것이 귀찮아 앱 사용을 포기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시간이 줄었고, 공부 효율이 높아졌다. 밤에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숏폼을 보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덕분에 수면의 질도 많이 향상된 것 같다. 터닝을 사용하기 전에는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했는데, 터닝을 썼던 일주일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4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정수안 학생기자: 숏폼을 시청하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 회의감이 컸다. 특히 잠들기 전이나 공부하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흐르곤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웹툰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는 것을 줄이자,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 평소 하지 못했던 미래 계획, 명상, 일기 쓰기 같은 자기계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좋았고, 부지런하고 건강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또 자극적인 활동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다 보니, 소소한 일상에도 행복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손예율 학생기자: 평소 게임과 SNS에 낭비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도파민 디톡스를 하기 전에는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켜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터닝을 사용하면서 스스로를 절제하고,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되돌아보며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도파민을 줄이니, 생활 속에서 절제와 인내심을 키울 수 있었다. 초반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도한 도파민이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제 터닝이 없어도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카이누리 기자들이 도파민 디톡스를 하고 있다. ©이종원

카이누리 기자들이 도파민 디톡스를 하고 있다. ©이종원

[인터뷰]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인터뷰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및 융합인재학부 교수. ©정재승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및 융합인재학부 교수. ©정재승

숏폼 중독은 점점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어 중독의 원인, 해결책, 치료법 등의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및 융합인재학부 교수를 만나 중독과 도파민 연구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현재 10대, 20대의 숏폼 중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숏폼 중독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 너무나 쾌락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시청해야 얻을 수 있는 재미를 1분 만에 요약해주니, 숏폼을 한두 시간만 시청해도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쉬운 접근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독될 확률이 높다. 특히 학업이나 취업 준비 등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10대, 20대에게 숏폼은 가장 손쉬운 탈출구일 것이다. Q. 숏폼을 시청할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의 뇌를 자기공명뇌영상장치(fMRI)로 촬영하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부의 시각피질과 변연계 안쪽의 도파민 회로만 활성화된다. 즉, 뇌는 유튜브를 매우 수동적이고 단조롭게 받아들인다. 이런 단순한 자극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도파민 회로의 민감도가 줄어들고,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반면 책을 읽을 때는 뇌의 언어영역뿐만 아니라 전전두엽을 포함한 뇌 전체가 활성화된다. 이렇듯, 우리의 뇌는 얻게 되는 정보가 같아도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크게 다르다. 뇌를 활성화하며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도파민만을 추구하며 얻는 정보에 익숙해지다 보면, 도파민 중독은 점차 심해질 수밖에 없다. Q. 숏폼과 도파민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또는 정신적 문제가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인내심이 부족해졌고, 사회 문제에 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다. 알고리즘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종류의 영상만 추천받다 보니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편향되고, 사회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을 가지기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 의견을 강화해주는 콘텐츠가 주로 나타난다. 또 숏폼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이 자아성찰을 하는 시간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정신적으로는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숏폼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뇌의 충동 억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도파민 민감도가 크게 떨어져 단기적인 보상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절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쉽게 화내거나 참을성이 없어질 수 있다. Q. ‘도파민 중독’ 연구의 과제는 무엇인가? 조나단 하이트 미국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불안세대』라는 책에서 언급했듯이, ‘도파민 중독’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SNS와 숏폼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는 지금의 ‘알파 세대’에게는 더 큰 골칫거리일 것이다. 인내심을 기르고, 충동을 억제하고, 성찰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도파민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10년 후 사회는 더욱더 충동적이고 쾌락 지향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중독의 원리, 과학적 해결책 및 치료법, 정책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Q. ‘도파민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 숏폼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재밌는 일들을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 숏폼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기보다는, 숏폼이 생각나지 않는 다른 취미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헬스나 축구, 농구처럼 몸을 쓰는 취미라면 더 좋다. 산책, 책 읽기, 명상 등을 하는 것은 성찰적인 삶을 사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취미들을 하루에 1시간에서 2시간만 해주더라도, 중독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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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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