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성빈 학생기자 parksb2002@kaist.ac.kr
낭만(浪漫)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이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현실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보고 ‘낭만 있다’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진학 등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현실의 벽이라는 요소가 큰 작용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사람이 있다. ‘KAIST에서 가장 낭만 있는 사람’이라 불리는 기계공학과 21학번 박철민 학우를 만났다.
그렇게 말하고 다닌 적은 없어서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웃음). 조금 추론을 해보자면 보통 KAIST 학생들은 특정 분야를 선택해 그 분야와 연계되는 활동을 많이 하지만, 나는 다양한 분야를 여러 가지 방면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점이 독특하게 보이는 것 같다.
우선 기계공학과이다 보니 기계공학과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KAIST에서 인기 있는 동아리로 꼽히는 칵테일 동아리의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봉사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있다. 봉사에 관심이 많아 대학생 교육 기부단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에 착안하여 ‘크레용’이라는 비대면 교육 기부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 또한 작년에는 ‘E*5’라는 KAIST 학생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하여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드론 올림피아드에 출전하여 결승까지 올라 실제 비행 평가 부문에서 1등을 거뒀다. 최근에는 개별 연구와 랩 인턴을 통해 논문도 작성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봉사를 시작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봉사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멘토링을 통해 내가 가진 비전이나 생각 등을 누군가에게 퍼뜨릴 때 스스로가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협동력이나 남을 배려하는 이타심이 부족한 공학도를 만날 때가 있다. KAIST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며 공부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활동이나 경험을 통해 얻은 비전을 나눌 수 있는 공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작년 10월로 기억한다. 창업대회, 드론 올림피아드, 논문 작성 등이 한 번에 겹쳐 시간이 부족했다. 중간고사까지 준비해야 하다 보니 탈진이 왔다. 그때 수면의 중요성을 느꼈다. 특히 내가 힘든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던 게 가장 힘들었다.
면도도 잘하지 않고 다니니 주변 사람들이 위로를 많이 건네주었다. 평상시에 대학 생활을 하며 주변 사람에게 베풀기만 한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다 돌아옴을 느꼈다. 이런 주변 사람들의 위로가 자긍심이나 자존감의 뿌리가 되어 이제는 자기비판에 빠지지 않는 회복 탄력성을 갖게 된 것 같다.
부모님이 의료계에 종사하셔서 의대 진학에 대한 압박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받아왔다. 부모님도 과학고 대신 자사고에 진학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고집을 부려서 KAIST에 진학했고 이 선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의사로서 생명을 살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면서 창조적인 삶을 사는 게 더 좋았다. 공학자로도 돈을 벌 방법은 아주 많다.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판단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전환기에 와 있다. 지금까지는 경험을 쌓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시기인 것 같다. 이번 학기 학업과 쓰고 있던 논문을 잘 마무리하고 창업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 이 외에는 현재 맡고 있는 동아리 회장직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바람이다.
나는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나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분들의 전성기도 지금일 것이다. 이 전성기의 시간을 최대한 압축시켜서 소중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은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걸 했을 때이다. 정해져 있는 길이 아니라 하고 싶을 것을 할 때, 길을 벗어나서 고생하더라도 새로운 것이 보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다. 길 중앙이 아닌 모퉁이로 가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1 드론 올림피아드에 출전하기 위해 제작한 드론. ©박철민
2 글로벌 학생 봉사단으로 해외 봉사를 떠났다. ©박철민
3 교육 봉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찍었다. ©박철민